지전 — 저승에서 쓰는 돈, 종이돈을 태우는 이유
굿 영상을 보면 무당이 하얀 종이 다발을 부채처럼 펼쳐 들고 흔드는 장면이 나와요. 자세히 보면 종이가 엽전 모양으로 오려져 있어요. 그게 지전, 종이돈이에요. 이승 돈이 아니라 저승에서 쓰는 돈이요. 오늘은 이 종이돈에 담긴 마음을 풀어드릴게요.
저승 가는 길에도 노잣돈이 든다
옛사람들은 저승길도 먼 길이라고 생각했어요. 먼 길에는 노잣돈이 들죠. 그래서 돌아가신 분 가시는 길에 돈을 챙겨드리고 싶었던 거예요. 진짜 돈을 보낼 수는 없으니 종이를 돈 모양으로 오려 만든 게 지전이에요. 상여 나갈 때 뿌리기도 하고, 굿상에 올리기도 하고, 저승길 안내하는 신께 바치기도 했어요. 저승 가는 길목마다 지키는 이들에게 이걸로 인사를 드린다는 마음이었죠.
태우는 이유도 뜻이 있어요. 이승의 물건은 그대로는 저승에 못 가요. 불에 태워 연기가 되어 올라가야 저쪽에 닿는다고 봤어요. 지전을 태우는 건 그러니까 송금인 셈이에요. 우리가 태우는 연기를 타고, 마음이 저쪽으로 건너가는 거죠.
천도굿에서 지전이 하는 일
지전은 특히 천도굿에서 큰 역할을 해요. 돌아가신 분을 좋은 곳으로 보내드리는 굿이요. 저승길을 안내하는 바리공주께 노자를 올리고, 가시는 분 손에도 쥐여드리고요. 무당이 지전을 들고 추는 춤은 그 돈으로 길을 닦아드리는 몸짓이에요. 잘 가시라고, 가시는 길 서럽지 않게 배웅하는 우리식 인사인 거죠.

지전 카드가 나오면요
신명타로 88장에는 지전 카드가 있어요. 풀이에서 이 카드가 나오면 정성과 배웅의 결로 읽어요. 보내야 할 것을 잘 보내드려야 할 때라는 공수가 많고요. 그게 돌아가신 분에 대한 마음일 수도 있고, 끝난 인연이나 지나간 시절일 수도 있어요. 묵은 것을 정성껏 태워 보내야 새 것이 들어올 자리가 생긴다는 거죠.
지전춤, 돈으로 추는 춤
지전은 굿에서 춤의 도구이기도 해요. 지전춤이라고, 무당이 양손에 지전 다발을 들고 추는 춤이 있어요. 하얀 종이돈이 물결처럼 출렁이는 모습이 곱고도 서러워서, 무용 무대에 오를 만큼 예술로도 평가받아요. 종이돈이 흩날리는 그 춤사위가 저승길을 쓸고 닦는 몸짓이라는 걸 알고 보면, 같은 춤이 완전히 다르게 보여요.
지금도 이 마음은 남아 있어요. 장례 때 관에 노잣돈을 넣어드리는 풍습이요. 가시는 길 쓰시라고 지폐를 손에 쥐여드리거나 관에 넣는 집이 여전히 많아요. 형식은 소박해졌지만, 먼 길 가시는 분 빈손으로 못 보낸다는 마음은 지전 태우던 그 마음 그대로예요.
요즘 자꾸 뒤를 돌아보게 되거나 보내지 못한 마음이 있다면, 지금이 배웅의 때인지 한번 짚어보세요. 첫 공수는 무료예요.
이 글의 신명카드
자주 묻는 질문
Q. 지전은 무엇인가요?
종이를 돈 모양으로 오려 만든 저승의 돈입니다. 돌아가신 분이 저승길에 쓰시라고 올리는 노잣돈으로, 굿에서 흔들어 정성을 표하고 태워서 보내드립니다.
Q. 왜 태우나요?
태우는 것은 이승의 물건을 저승으로 보내는 방법으로 여겨졌습니다. 연기가 되어 올라가야 저쪽에 닿는다고 본 것입니다.
Q. 지전 카드가 나오면 무슨 뜻인가요?
정성과 배웅의 결로 읽는 경우가 많습니다. 보내야 할 것을 정성껏 보내야 새것이 들어온다는 공수가 되기도 합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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